2026-10-16 · 8분 읽기
이번 주 AI·IT 소식은 기술이 연구실 밖으로, 또 클라우드 밖으로 내려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국책과제와 전시 소식이 이어졌고, 빅테크들은 저마다 독자 거대 모델을 꺼내 들며 특정 플랫폼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모델을 돌리는 환경도 클라우드, 개인 하드웨어, 음성 인터페이스로 다양해지는 한 주였습니다.
센스톤이 무인공장의 비인가 제어 명령을 차단하는 보안 기술로 과기정통부·NIPA 국책과제에 참여했고, 티로보틱스는 102억원 규모 자율제조 R&D에, 마키나락스는 118억원 규모 산업부 과제에 선정됐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사람의 전신 동작을 수집하는 휴머노이드 학습용 플랫폼(HHIP)을 구축했고, 코엑스 '피지컬 AI 테크 데이'에서는 리벨리온·퓨리오사AI가 로봇 추론용 반도체 카드를 선보였습니다. 중국 딥로보틱스는 항저우에서 교통관리 휴머노이드 'DR02'를 국경절 연휴 기간 현장 테스트했고,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SPAC 합병을 통해 11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 주에만 국책과제 참여 발표가 서너 건씩 나온다는 건 피지컬 AI가 더 이상 '다음 먹거리'가 아니라 이미 예산이 집행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국내 흐름을 뜯어보면 아직은 보안·데이터·반도체 같은 밸류체인 요소 기술 개발과 전시·시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중국은 교통관리처럼 실제 공공 공간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테스트하는 단계까지 가 있어, 실증 속도 면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하나증권이 피지컬 AI를 'AI 거품론의 구원투수'로 지목하며 통신 인프라 수혜를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AI가 로봇·설비 같은 움직이는 기기와 결합해야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투자은행 리포트에까지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나스닥 입성은 휴머노이드 산업이 자본시장의 평가 대상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상장 이후 실제 주가 흐름과 수주 실적이 업계 전반의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기업들이 국책과제에 집중하는 동안 해외 선두주자들이 실증과 자본 조달에서 앞서가는 구도가 굳어지지 않는지는 계속 지켜볼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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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2조8000억개 매개변수 모델 'MAI-베이스-2'의 사전 학습 완료를 발표하며 오픈AI 의존도를 낮추려는 행보를 부각했습니다. 구글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은 제미나이가 후속 모델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비중이 커졌다며 '재귀적 자기개선(RSI)' 단계 진입을 언급했습니다. 메타는 8160억개 매개변수의 오픈웨이트 모델 '뮤즈 스파크 오픈'을 공개하며 맥 스튜디오 두 대로 구동 가능하다고 밝혔고, 엔비디아도 기업용 에이전트를 겨냥한 120B 규모 오픈웨이트 모델 '네모트론 3.5 슈퍼 VL'을 내놨습니다.
한 주 사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엔비디아가 나란히 자체 대형 모델 소식을 낸 건 우연이 아닙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모델 공급 업계의 중심을 차지한 구도에서, 나머지 빅테크들이 '우리도 독자 역량이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내는 양상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이자 파트너이면서도 자체 모델을 공개한 것은, 향후 협력 관계의 지렛대를 쥐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메타와 엔비디아가 나란히 오픈웨이트로 모델을 풀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폐쇄형 API 경쟁에서 밀린 쪽이 오픈소스 생태계를 장악해 개발자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어떤 모델이 '업계 표준 기반'으로 쓰이느냐를 둘러싼 장기전입니다. 브린의 RSI 발언은 내부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외부에서 검증 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장 여부를 가릴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모델 경쟁이 매개변수 규모 경쟁에서 '누가 더 빨리, 더 개방적으로 내놓느냐'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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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블랙웰 GPU와 그레이스 CPU를 결합한 슈퍼칩 'RTX 스파크'를 탑재한 윈도우 노트북을 공식 출시했습니다. 에이수스·델·HP·레노버·마이크로소프트·MSI 6개사가 9개 모델을 선보였고 시작 가격은 2599달러입니다. 1페타플롭의 FP4 AI 성능과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를 제공해 대규모 언어모델과 AI 에이전트를 기기 내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API 호출 없이 노트북 한 대에서 LLM과 에이전트를 돌리겠다는 제품이 여섯 개 PC 제조사와 동시에 출시됐다는 건, 엔비디아가 '개인용 에이전틱 AI'라는 시장 범주를 실제 유통 채널에 심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주 메타가 '맥 스튜디오 두 대로 구동'을 내세운 뮤즈 스파크 오픈을 공개한 것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거대 모델을 클라우드에 올려 API로 파는 방식과, 개인 하드웨어에서 돌아가는 모델을 따로 최적화하는 방식이 나란히 발전하고 있는 겁니다. 2599달러라는 가격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개발자·연구자·소규모 기업의 로컬 추론·파인튜닝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기 어려운 업무 환경에서 에이전트를 쓰고 싶은 조직이라면, 클라우드 구독료와 로컬 하드웨어 투자 사이의 손익분기점을 다시 계산해볼 시점이 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온디바이스 추세가 실제 기업 도입으로 이어지려면 모델 경량화와 전력·발열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해서, 당장 클라우드 중심 구조를 크게 흔들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존이 일상 대화를 기억·요약해 할 일과 일정을 정리해 주는 웨어러블 '비 프런티어'와 소형 부착형 기기를 공개했습니다. 오픈AI는 음성 모델 'GPT-라이브-1.1'을 공개하며 한국어를 포함한 6개 언어의 음성과 억양을 개선했고, 한국어 음성 '한울'과 '햇살'을 새로 추가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AI 사업 부문은 고객 지원 전화 해결률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음성 모델 '그록 보이스 3.0'을 선보였습니다.
챗봇 경쟁이 텍스트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는 신호가 한 주에 몰려 나왔습니다. 세 회사의 접근은 각자 다릅니다. 아마존은 하루 종일 착용하며 대화를 기록하는 개인 비서형, 오픈AI는 챗GPT·코덱스 같은 기존 제품의 음성 품질을 끌어올리는 보강형, 스페이스XSI는 콜센터 업무를 대체하는 산업형입니다. 결국 음성 AI가 한 가지 시장이 아니라 개인 기록, 범용 대화, 업무 자동화로 각각 쪼개져 발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픈AI가 한국어 억양 개선과 신규 음성 추가에 공을 들인 것은 비영어권 시장, 특히 한국처럼 음성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시장을 염두에 둔 로컬라이제이션 경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상시 녹음형 웨어러블은 기억을 대신해 주는 편의성과 사생활 침해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어, 제품 자체의 완성도만큼이나 데이터 보관·동의 정책이 시장 수용도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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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봇 산업이 보안·반도체 같은 요소 기술과 전시 단계에 머무는 동안, 해외는 공공 공간 실증과 상장으로 한발 앞서 나가는 구도가 굳어지는지는 계속 지켜볼 대목입니다. 거대 모델 경쟁도 매개변수 크기 싸움을 넘어 누가 더 빨리, 더 개방적으로, 어떤 실행 환경에 맞춰 내놓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다음 분기에는 각 진영의 발표가 실제 채택률과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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