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보관소」 11화 — 마지막 목요일

2026-08-19 · 6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점검 전날은 목요일이었다.

오전

박 주임님이 인수인계를 하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노트에 적힌 것도 평소와 같았다. 습득물 7건, 반환 2건, 특이사항 없음.

지운 자국은 3주 전 그 페이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내일 점검이죠."

내가 먼저 말했다.

박 주임님이 가방을 챙기다 말고 나를 봤다.

"…알고 있었어?"

"네."

"…"

"3주 전부터요."

박 주임님이 가방을 내려놓았다.

"미안해. 말을 하려다가."

"아뇨."

"…"

"말 안 하신 게 나았어요."

열한 해

박 주임님이 의자에 앉았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갔다.

"자기, 내가 그거 뭔지 아는 거 알아?"

"…네."

"언제부터 알았어?"

"3년 전부터요."

박 주임님이 웃었다.

"그럼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주임님이 안 물어보셨으니까요."

"…"

"물어보셨으면 대답했을 거예요."

박 주임님이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래서 안 물어봤지."

그 사람

"자기가 그거 놓고 간 다음 주에, 어떤 사람이 왔었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찾는 게 있다고. 그런데 물건 설명을 못 하더라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

"그래서 내가 그랬어. 그런 건 못 찾아드린다고."

박 주임님이 창구 쪽을 봤다.

"그 사람이 그러더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자기가 준 거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준 건데 왜 찾느냐고 물으니까, 잘못 준 것 같다고."

왜 말 안 하셨어요

"왜… 말 안 하셨어요."

"자기가 그때 매주 와서 확인만 하고 갔잖아."

"…"

"그 사람도 매주 왔으면 내가 말했겠지. 그런데 한 번 오고 안 왔어."

박 주임님이 일어섰다.

"한 번 오고 안 오는 사람 얘기를, 매주 오는 사람한테 하면 안 되는 거야."

"…"

"그건 희망 고문이야."

오후

박 주임님이 가고 나서 나는 오후 근무를 했다.

습득물 세 건이 들어왔다. 이어폰 한 짝, 우산 두 개. 대장에 적고 보관대에 넣었다.

여섯 시에 마지막 손님이 왔다. 지갑을 잃어버린 대학생이었는데 우리 쪽에 없어서 다른 역 보관소 번호를 알려줬다.

일곱 시에 셔터를 내렸다.

캐비닛

나는 캐비닛을 열었다.

맨 아래 칸에 두 개가 있었다. 내 것과 김승호 씨 우산.

3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그것을 꺼냈다.

꺼내보다

손에 들어보니 생각보다 가벼웠다.

3년 동안 나는 이게 무겁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먼지가 앉아 있었다. 캐비닛 안인데도. 3년이면 그렇게 된다.

나는 소매로 먼지를 닦았다.

닦고 나니까 그때 그대로였다. 받은 날 그대로.

지난달 그 여자가 열쇠고리를 사면서 이름표를 긁었을 때, 그 애한테 그건 그냥 남의 개인정보였다. 지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

이것도 남에게는 그럴 것이다. 본사에서 나온 사람이 내일 이걸 보면, 규정에 없는 물건 하나가 캐비닛에 있다고 적을 것이다. 품명도 접수 번호도 없는.

나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걸 손에 들고 있으니까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3년 동안 이걸 못 본 이유가 두 개라고 생각했다. 가지면 그만둔 게 아니고, 버리면 없어진다고.

그런데 손에 들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무서웠던 건 이게 그냥 물건일까 봐였다.

열쇠 이름표를 잘못 읽었을 때 알았어야 했다. 나는 사물에서 사연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3년 동안 캐비닛 안에 넣어두고 매달 보류 연장을 적으면서, 나는 이것에 계속 의미를 붙여왔다.

꺼내면 그 의미가 없어질까 봐. 그냥 낡은 물건 하나일까 봐.

그래서 꺼내봤더니

그냥 물건이었다.

먼지 앉은, 3년 된, 값도 안 나가는.

그리고 동시에 그냥 물건이 아니었다.

둘 다였다. 박 주임님 말이 맞았다. 의미가 붙는 건 물건이 아니라 보는 사람 쪽이다. 그러니까 내가 안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내가 보면 여전히 그것이다.

3년 동안 내가 피한 건 이 물건이 아니라 이 사실이었다.

세 가지

방법은 세 가지라고 생각했다.

가져가거나, 품명을 적거나, 내가 없애거나.

나는 셋 다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져가면 3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집에 두고 매일 보면서, 아직 기다리는 사람으로 사는 것.

없애면 그 사람이 나에게 뭘 줬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진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준 사람이 있고 받은 사람이 있는 일이니까.

품명을 적으면 6개월 뒤에 처분된다. 그건 유예일 뿐이다. 결국 없애는 것과 같다.

그런데 같지 않다.

다른 점

없애는 건 내가 하는 일이다.

품명을 적는 건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

이름을 붙이면 그때부터 그건 분실물이 된다. 분실물에는 주인이 있다. 주인이 나타나면 찾아간다.

6개월 동안은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3년 동안 나는 이걸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뒀다. 내 것도 아니고 남의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버린 것도 아닌.

그 상태에서는 아무도 찾으러 올 수 없다.

품명이 없으면 조회가 안 되니까. 그 사람이 3년 전에 한 번 왔을 때 박 주임님이 못 찾아드린다고 한 이유가 그거다.

내가 이름을 안 붙였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창구에 올려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대장 맨 뒤 페이지를 폈다.

품명 칸은 3년째 비어 있었다. 그 아래로 서른여섯 줄의 보류 연장이 있었다. 처음 것은 눌러 쓴 글씨였고, 최근 것들은 흐릿했다.

이번 달 것은 아직 비어 있다.

나는 볼펜을 들었다.


마지막 화 — 「12화: 접수」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