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 7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10월 마지막 주에 세 사람이 왔다.
약속한 것도 아니고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됐다. 점검을 일주일 앞둔 주에.
우산 아저씨가 왔다. 목요일이 아닌데.
"우산이요."
나는 대장을 폈다. 이번 주 목요일 접수분에 검은 장우산은 없었다.
"이번 주엔 안 들어왔는데요."
"아, 아뇨." 그가 손을 저었다. "찾으러 온 게 아니라요."
그가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다. 검은 장우산. 나무 손잡이.
"이거 맡기러 왔어요."
"…네?"
"이제 안 두고 다니려고요."
작년 여름에 내가 말했다. 벤치에 그냥 두면 아무도 안 가져가니 메모를 붙이라고.
"메모 붙이니까 되던가요?"
"네." 그가 웃었다. "세 번째 주에 없어졌어요."
"…"
"그 뒤로도 계속 뒀는데, 이제 거의 다 가져가요. 한 달에 세 번쯤은요."
"그럼 잘 되고 있는 거네요."
"네. 그래서 이제 그만하려고요."
나는 볼펜을 멈췄다.
"잘 되는데 왜 그만두세요?"
그가 우산 손잡이를 만졌다.
"처음엔 어머니 때문에 시작했거든요. 그 벤치에서 비 맞으신 게 계속 걸려서."
"…"
"근데 요새는 그 생각을 안 하고 우산을 둬요. 그냥 습관이 돼서, 목요일 아침에 하나 챙기고 나오는 거예요."
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러다 지난주에, 우산을 두고 오면서 어머니 생각이 하나도 안 났어요."
"…"
"그날 하루 종일 그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런데 저녁에 생각해보니까, 그게 나쁜 게 아니더라고요."
그가 나를 봤다.
"어머니 때문에 시작한 일인데, 이제 어머니 없이도 굴러가요. 그러면 제 몫은 끝난 것 같아서요."
"그런데 왜 여기다 맡기세요? 그냥 쓰시면 되잖아요."
"이건 못 써요."
그가 우산을 창구에 올려놓았다.
"이게 제일 처음 뒀던 우산이에요. 작년 5월에요. 일곱 번을 놨는데 일곱 번 다 아무도 안 가져가서, 일곱 번 다 제가 도로 찾아온 그거요."
나는 그 우산을 봤다. 일곱 번 접수 대장에 오른 우산.
"버릴 수가 없어서요."
여기서 뭔가 말해줬어야 했는지 모른다.
3년 전 나도 똑같은 말을 하면서 이 창구 앞에 서 있었으니까. 버릴 수가 없어서요.
그런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접수 대장을 폈다가, 덮었다.
"본인 물건은 분실물이 아니에요."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3년 전에 내가 들었던 말이.
"…아."
"두고 가시려면 접수는 안 돼요. 그냥 놓고 가시는 거지."
그가 잠깐 서 있었다.
"그러면… 그냥 놓고 가도 되나요?"
"네."
그가 우산을 놓고 갔다.
나는 그걸 보관대가 아니라 캐비닛에 넣었다. 맨 아래 칸, 내 물건 옆에.
책 읽으러 오던 애가 왔다. 이제 스무 살이 됐을 것이다.
"저 이거요."
『해협』을 들고 있었다.
"…가져가시게요?"
"네."
나는 대장을 폈다. 2월 3일 접수분, 계속 보류.
"작년에 보류 걸어주셔서, 그 뒤로도 계속 걸어주셨잖아요."
"…네."
"이제 안 그러셔도 돼요."
그 애가 책을 창구에 올려놓았다.
"집 나왔어요. 지난달에요. 고시원인데 제 방이에요."
"엄마가 안 버리시겠네요."
"네." 그 애가 웃었다. "이제 못 버리시죠."
나는 수령 서류를 꺼냈다.
"신분증 확인할게요."
그 애가 주민등록증을 냈다. 발급된 지 얼마 안 된 새것이었다.
서명을 하면서 그 애가 물었다.
"저기, 근데 그때 왜 보류 걸어주셨어요?"
"…규정상 필기 흔적 있는 책은 판단이 애매해서요."
"거짓말."
그 애가 서명을 끝내고 볼펜을 놓았다.
"그거 그냥 폐기하면 되는 거잖아요. 저 알아요."
"…"
"고맙습니다."
그 애가 책을 가방에 넣고 나갔다.
작업복 아저씨가 왔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지갑 주우신 거예요?"
"아뇨."
그가 창구 앞에 섰다.
"동생 찾았어요."
"…어디서요."
"대전이요."
그가 목에 걸린 수건을 만졌다. 그건 여전했다.
"연락이 왔어요. 지난달에."
"…만나셨어요?"
그가 잠깐 말이 없었다.
"아뇨."
"…"
"번호는 아는데요. 아직 못 걸었어요."
"2년을 찾았는데요?"
"그러니까요."
그가 창구 유리를 봤다.
"찾을 때는 뭐라고 할지 생각을 안 했어요. 찾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
"그런데 번호를 받고 나니까,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가 웃었다. 웃는 건지 아닌지 모를 얼굴이었다.
"2년 동안 4호선을 탔는데, 정작 지금은 전화 한 통을 못 걸고 있어요."
"…"
"그래도 안 찾았으면 번호도 못 받았겠죠."
"그런데 왜 여기 오셨어요? 이제 안 오셔도 되잖아요."
"그러니까요." 그가 뒷머리를 긁었다. "저도 그게 이상해서 왔어요."
"…"
"2년 동안 여기 네 번 왔거든요. 지갑 주울 때마다. 그게 습관이 됐나 봐요."
그가 잠깐 있다가 말했다.
"여기 오면 아직 찾는 중인 것 같아서요."
그가 가고 나서 나는 한참 창구에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이 왔다.
한 사람은 놓고 갔고, 한 사람은 가져갔고, 한 사람은 번호를 받아놓고 못 걸고 있다.
세 사람 다 3년 전 나와 같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을 들고 창구 앞에 섰던 사람들.
그리고 두 사람은 나갔다.
나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날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감을 하고 캐비닛을 열었다.
맨 아래 칸에 두 개가 있었다. 3년 된 내 것과, 오늘 들어온 김승호 씨 우산.
내 것 옆에 남의 물건이 놓인 건 3년 만에 처음이었다.
나는 그 우산을 한참 봤다.
일곱 번 놓았다가 일곱 번 다시 찾아온 우산. 아무도 안 가져가서 매번 되돌아온 것.
그 사람은 그걸 3년이 아니라 1년 반 만에 놓고 갔다.
그러면 제 몫은 끝난 것 같아서요.
나는 캐비닛을 닫고 잠갔다. 이번엔 잊지 않았다.
점검까지 엿새 남았다.
다음 화 — 「11화: 마지막 목요일」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