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보관소」 7화 — 이름표가 지워진 열쇠

2026-08-15 · 5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이 이야기는 내가 틀린 이야기다.

먼저 말해두는 게 낫겠다. 지금까지 나는 창구 이쪽에서 남의 사정을 알아맞히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게 몇 번 맞았다고 해서 내가 사람을 읽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니었다.

9월 4일에 들어온 열쇠 뭉치가 그걸 가르쳐줬다.

긁힌 이름표

열쇠 세 개가 달린 고리였다. 현관 열쇠 하나, 작은 자물쇠 열쇠 하나,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것 하나.

고리에 플라스틱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그런 것. 앞면에 이름을 쓰게 되어 있는데, 글자가 칼 같은 걸로 긁혀 지워져 있었다.

지운 게 아니라 긁었다. 플라스틱 표면이 하얗게 일어나 있었고, 힘을 준 자국이 깊었다. 한 번에 지운 게 아니라 여러 번 그은 것 같았다.

뒷면 전화번호 칸도 똑같이 긁혀 있었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이름을 지운다는 건 이름을 지우고 싶다는 뜻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내가 대장 품명 칸을 3년째 비워두는 이유와 같은 종류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붙이면 물건이 되고, 물건이 되면 처분된다.

그러니 이 열쇠 주인도 비슷한 사정일 거라고.

집을 나온 사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집의 열쇠를 아직 버리지는 못한 사람. 긁힌 자국이 여러 번인 것도 그렇게 읽혔다. 한 번에 지워지지 않아서 계속 그은 것. 그만큼 지우고 싶었던 것.

나는 이 열쇠를 캐비닛에 넣었다. 보관대가 아니라 캐비닛에. 귀중품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는 나도 안다.

9월 20일

여자가 왔다. 이십 대 중반쯤, 후드티에 백팩.

"열쇠요. 이번 달 초에요."

나는 캐비닛에서 열쇠를 꺼내 왔다. 창구에 올려놓으면서, 나는 이미 이 사람의 사정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름표가 지워져 있네요."

"아, 네."

나는 잠깐 기다렸다. 여자가 뭔가 말하기를.

여자는 고리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맞아요, 제 거.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서명하고 나가려 했다.

물어보다

"저기요."

여자가 돌아봤다.

"이름표는 왜 지우셨어요?"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이었다. 분실물 보관소 직원이 물건 주인에게 사연을 캐물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자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네?"

"긁혀 있길래요. 여러 번."

여자는 이름표를 들여다보더니 웃었다.

"아, 이거요. 중고로 산 거예요."

"…네?"

"당근에서요. 열쇠고리가 예뻐서 샀는데, 전 주인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요."

여자가 이름표를 뒤집어 보였다.

"전화번호도 있고. 그냥 두기엔 좀 그렇잖아요, 남의 개인정보니까. 지우개로 안 지워져서 커터칼로 긁었어요. 세 번쯤 긁으니까 지워지던데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요?" 여자가 물었다. "뭔가 있는 줄 아셨어요?"

여자가 웃으면서 나갔다.

틀렸다

내가 본 건 긁힌 이름표였다. 거기서 내가 읽은 건 이름을 지우고 싶은 사람이었고, 그건 내 이야기였다.

3년째 품명 칸을 비워두는 사람이 긁힌 이름표를 보면 그렇게 읽힌다. 열쇠 주인의 사정이 아니라 내 사정이 거기 비쳐 보인 것이다.

지금까지 몇 번은 맞았다. 우산도, 책도, 장갑도, 도시락통도, 반지도.

그런데 그건 맞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은 것이다. 틀린 적이 없어서가 아니라, 틀린 걸 확인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대개 물건만 찾아서 나가고,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엔 내가 물어봤기 때문에 틀린 걸 알았다.

박 주임님

"왜 그러고 있어."

박 주임님이 지나가며 물었다.

"…열쇠 하나 찾아갔는데요. 제가 잘못 짚었어요."

박 주임님이 잠깐 서더니 말했다.

"짚긴 뭘 짚어. 우린 물건 보관하는 사람이지 점쟁이가 아니야."

"…"

"자기 요즘 자꾸 사연 만들더라."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물건은 그냥 물건일 때가 많아. 우산은 그냥 놓고 간 거고, 열쇠는 그냥 떨어뜨린 거고."

박 주임님이 캐비닛 쪽을 흘끗 봤다.

"의미가 붙는 건 그 물건이 아니라 보는 사람 쪽이야."

그날 밤

마감을 하고 나서 나는 캐비닛을 열었다.

맨 아래 칸의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걸 3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꺼내면 그냥 물건일까 봐. 내가 붙여놓은 의미가 사실은 거기 없을까 봐.

여자는 열쇠고리가 예뻐서 샀다. 이름표를 긁은 건 남의 개인정보를 지운 것뿐이었다. 거기엔 아무 사연도 없었다.

내 캐비닛 속 물건도 그럴지 모른다. 3년 동안 내가 붙여놓은 게 전부고, 물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게 무서워서 못 꺼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 소중해서 못 꺼내는 건지, 나는 이제 구분이 안 된다.

캐비닛을 닫았다.

이번 달 보류 연장은 아직 적지 않았다. 며칠 남아 있었다.


다음 화 — 「8화: 박 주임님이 아는 것」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