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보관소」 6화 — 같은 사람이 세 번 맡긴 지갑

2026-08-14 · 7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물건을 맡기러 오는 사람은 찾으러 오는 사람보다 적다.

대부분은 역무원이 수거해 온다. 승객이 직접 들고 오는 경우는 열에 하나쯤이고, 그중 같은 사람이 두 번 오는 일은 거의 없다. 지하철에서 지갑을 줍는 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니까.

그런데 8월 한 달 동안 같은 남자가 세 번 왔다.

  • 8월 4일 — 갈색 반지갑
  • 8월 18일 — 검은 장지갑
  • 8월 29일 — 카드지갑

전부 지갑이었다.

습득자 정보

물건을 맡기면 습득자 정보를 적는다. 이름과 연락처.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6개월이 지나면 습득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고, 주인이 찾아가면 습득자는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

세 번 다 같은 이름이었다. 정민석.

세 번 다 같은 번호였다.

그리고 세 번 다, 보상금 청구란에 포기 표시를 했다.

왜 포기하는가

보상금은 물건 가액의 5~20% 범위에서 청구할 수 있다. 지갑에 현금 삼십만 원이 들어 있었다면 몇만 원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대부분은 청구하지 않는다. 절차가 번거롭고, 굳이 돈 받자고 주운 게 아니니까.

그런데 세 번 연속으로 포기하는 사람은, 애초에 보상금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상한 건 그 다음이었다. 세 개의 지갑이 습득된 장소를 봤다.

  • 8월 4일 — 4호선 열차 내
  • 8월 18일 — 4호선 승강장
  • 8월 29일 — 4호선 열차 내

전부 4호선.

확률의 문제

같은 사람이 한 달에 지갑을 세 개 줍는다.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는 숫자를 보면 안다. 우리 보관소에 한 달에 들어오는 지갑은 스무 개 남짓이다. 그중 승객이 직접 들고 오는 건 두세 개.

그 두세 개 중 세 개를 한 사람이 가져온 셈이다.

우연이 아니다.

가능성은 둘이다. 하나는 그가 지갑이 잘 떨어지는 자리를 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가 지갑을 찾고 있다는 것.

9월 12일

네 번째로 그가 왔을 때, 나는 준비하고 있었다.

"지갑이요. 주웠어요."

삼십 대 후반쯤. 작업복 차림에 목에 수건을 걸고 있었다.

나는 지갑을 받아 대장에 적으면서 물었다.

"정민석 씨 맞으시죠?"

그가 잠깐 멈췄다.

"…네."

"이번이 네 번째예요."

"그런가요."

"지갑만 네 개 가져오셨어요. 전부 4호선에서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뭘 찾고 계세요?"

지갑을 여는 사람

그가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봤다.

"…지갑을 열어보긴 해요."

"네."

"신분증 보려고요. 주인 찾아주려고."

그건 흔한 일이다. 지갑을 주우면 대개 신분증부터 본다. 이름과 주소를 알면 직접 돌려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직접 안 돌려주시고 여기 맡기세요?"

"…"

"신분증 보셨으면 연락할 수 있잖아요."

그는 오래 답하지 않았다.

"제가 찾는 이름이 아니면요."

찾는 이름

나는 볼펜을 내려놓았다.

"누굴 찾으세요."

"…동생이요."

그는 창구 유리 너머 어딘가를 봤다.

"2년 전에 집을 나갔어요. 연락도 안 되고, 어디 사는지도 몰라요. 실종 신고는 했는데 성인이라 적극적으로 안 찾아줘요."

"…"

"4호선 어딘가에 산다는 것만 알아요. 작년에 딱 한 번, 여기 근처에서 봤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가 목에 걸린 수건을 만졌다.

"그래서 4호선 타고 다녀요. 일 끝나고. 밤에."

"…지갑은요?"

"타고 다니다 보면 눈에 띄어요. 벤치나 선반에요. 그러면 열어봐요. 혹시 걔 지갑일까 싶어서."

네 개의 지갑

나는 대장을 봤다.

8월 4일, 8월 18일, 8월 29일, 9월 12일.

그가 넉 달 가까이 매일 밤 4호선을 타고 다녔다는 뜻이다. 그러다 지갑이 눈에 띄면 열어보고, 동생 이름이 아니면 여기 맡기고.

"…한 번도 아니었나요."

"네."

"…"

"그런데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왜 그만두지 못하는가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데요."

내가 물었다. 물어놓고 나서 내가 왜 물었는지 몰랐다.

그가 나를 봤다.

"…없어지죠."

"…"

"찾고 있는 동안은 아직 있는 거잖아요. 그만두면 그때부터는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나는 대장을 덮었다.

"기다린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일이에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내 말이 아니었다. 어디서 읽은 문장이었다.

『해협』 232쪽. 여학생이 매일 찾아 읽던 밑줄.

"…네?"

"아뇨." 나는 서류를 밀었다. "여기 서명이요."

박 주임님

그가 나가고 나서 박 주임님이 물었다.

"저 사람 자주 오네."

"네."

"뭐 하는 사람이야?"

"…동생 찾는대요."

박 주임님이 잠깐 말이 없다가 말했다.

"자기랑 비슷하네."

나는 대장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3년 전에 여기 처음 왔을 때, 자기도 뭐 찾으러 온 거였잖아."

"…"

"그러다 그냥 여기서 일하게 됐고."

박 주임님은 더 묻지 않았다. 3년 동안 한 번도 묻지 않았듯이.

3년 전

3년 전 나는 이 창구 반대편에 서 있었다.

물건을 잃어버려서 온 게 아니었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으러 온 것도 아니었다.

나는 맡기러 왔다.

주운 물건이 아니라 내 물건을. 내가 가지고 있을 수 없어서,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어서.

그때 창구에 앉아 있던 박 주임님이 말했다.

"본인 물건은 분실물이 아니에요."

"…"

"두고 가시려면 접수는 안 돼요. 그냥 놓고 가시는 거지."

나는 그날 그걸 놓고 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왔다. 아직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 다음 주에도 왔다. 그 다음 주에도.

두 달쯤 지났을 때 박 주임님이 말했다.

"매주 올 거면 그냥 여기서 일해요. 사람 구하는데."

대장 맨 뒤

그날 밤 나는 대장 맨 뒤 페이지를 폈다.

접수 번호가 없는 물건. 습득자 정보도 없고, 습득 장소도 없다. 규정상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다.

품명 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3년 동안 나는 그 칸을 비워뒀다.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적으면 그때부터 그게 분실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분실물이 되면 6개월 뒤에 처분된다.

그래서 나는 매달 이렇게만 적는다.

보류 연장.

품명 없는 물건은 처분 목록에 오르지 않는다. 이름이 없으면 없앨 수도 없으니까.

정민석 씨가 동생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다음 화 — 「7화: 이름표가 지워진 열쇠」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