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보관소」 5화 —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반지

2026-08-13 · 6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귀중품은 금고에 따로 넣는다.

금반지, 목걸이, 명품 지갑 같은 것들. 보관대에 두지 않고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 캐비닛에 넣고, 대장에도 따로 적는다. 분실물 중에 가장 빨리 주인이 나타나는 품목이기도 하다.

지갑은 평균 하루 안에 찾아간다. 카드를 정지시켜야 하니까. 금붙이는 더 빠르다. 값어치를 아니까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찾는다.

그래서 3월 12일에 들어온 금반지가 넉 달째 캐비닛에 있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반지의 조건

여자 반지였다. 얇은 금테에 아무 장식이 없었다. 안쪽에 각인이 있었다.

2009.10.17

날짜 하나. 이니셜도, 이름도 없었다.

결혼반지다. 십 년도 더 된.

값으로 치면 비싸지 않다. 요즘 금값으로 몇십만 원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반지를 잃어버린 사람은 값 때문에 찾으러 오지 않는다. 다른 이유로 온다. 그래서 대개 더 빨리 온다.

그런데 넉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세 가지 가능성

하나. 잃어버린 걸 모른다.

반지는 손가락에서 빠진다. 겨울에 살이 빠지거나, 장갑을 벗다가 같이 빠지거나. 손이 허전한 걸 몇 시간 뒤에야 알아채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넉 달이다. 넉 달 동안 결혼반지가 없다는 걸 모를 수는 없다.

둘. 찾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병원에 있거나, 멀리 갔거나, 이미 세상에 없거나. 이 경우 가족이 대신 오기도 하지만, 가족이 반지의 존재를 모르면 안 온다.

셋. 찾지 않기로 했다.

이게 제일 그럴듯했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고 찾지 않는 사람은, 대개 그 반지를 이미 마음에서 뺐다.

6월 30일

그날 나는 처분 예정 목록을 만들고 있었다.

3월 12일 접수분은 9월 12일이 만료일이다. 아직 두 달 반 남았다. 목록에 넣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나는 반지를 꺼내 한참 봤다.

2009.10.17

캐비닛 맨 아래 칸에는 다른 물건이 하나 더 있다. 3년째 거기 있는 물건. 접수 번호가 아니라 내 글씨로 된 메모가 붙어 있고, 매달 마지막 주에 내가 보류 연장을 적는 그 물건.

그 옆에 이 반지가 넉 달째 놓여 있는 게 이상하게 불편했다.

박 주임님의 말

"그거 아직도 있어?"

박 주임님이 캐비닛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네."

"보통 이런 건 금방 찾아가는데."

"…그러게요."

"자기, 그거 알아?" 박 주임님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물건이 오래 남는 데는 이유가 있어. 못 찾는 거랑 안 찾는 거랑은 달라."

"…"

"안 찾는 물건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 주임님은 반지를 말하는 것 같았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7월 15일

여자가 왔다.

사십 대 초반쯤.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창구 앞에 서서 한참 말이 없다가 물었다.

"3월에 들어온 반지 있나요."

나는 대장을 폈다.

"금반지 말씀이신가요."

"네."

"안쪽에 뭐가 적혀 있죠?"

여자가 잠깐 멈췄다.

"…날짜요. 2009년 10월 17일."

나는 캐비닛에서 반지를 꺼내 왔다.

넉 달

"확인 부탁드립니다."

여자는 반지를 집어 들지 않았다. 창구 위에 놓인 채로 봤다.

"넉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 있네요."

"6개월까지 보관합니다."

"…그렇군요."

"3월에 잃어버리신 거 맞으세요?"

"네."

"왜 이제 오셨어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저기, 혹시 여기 오면 물건이 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나요? 전화로요."

"가능합니다."

"…3월에 전화했었어요."

나는 대장을 다시 봤다. 3월 접수 이후 문의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전화 문의는 대장에 안 남는다.

"그때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알고 있었어요, 여기 있는 거."

알면서 안 온 이유

"넉 달 동안 알고 계셨네요."

"네."

"…"

"이혼 절차 중이었어요." 여자가 말했다. "3월에 시작해서 지난주에 끝났어요."

"…"

"반지를 잃어버린 날이 조정 첫 기일이었어요. 지하철에서 손을 씻고 나오는데 없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이건 그냥 없어지는 게 맞나 보다."

여자는 반지를 봤다.

"그런데 여기 있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어요. 없어진 게 아니라 어딘가 보관되어 있다는 게요."

왜 지금 왔는가

"그럼 끝나셨는데 왜 오셨어요?"

"버리려고요."

여자가 처음으로 반지를 집었다.

"없어진 거랑 버린 거는 다르잖아요. 없어진 건 제가 한 게 아니고, 버리는 건 제가 하는 거고요."

"…"

"넉 달 동안 그게 계속 걸렸어요. 내가 안 버렸는데 없어진 거니까, 뭔가 안 끝난 것 같아서."

여자는 반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봤다.

"찾아가야 버릴 수 있겠더라고요."

나는 서류를 내밀었다.

"신분증 확인하고 수령란에 서명해 주세요."

서명

여자가 서명하고 반지를 가방에 넣었다.

"고맙습니다."

"…"

여자가 돌아서다가 말했다.

"이상하죠. 버리려고 찾아가는 게."

"아뇨."

나는 대장을 덮었다.

"안 이상해요."

여자가 나갔다. 캐비닛에는 이제 3년 된 물건 하나만 남았다.

그날 밤

마감을 하고 나서, 나는 캐비닛을 열었다.

맨 아래 칸에 그 물건이 있었다. 3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것.

없어진 거랑 버린 거는 다르잖아요.

나는 캐비닛 문을 닫았다.

대장 맨 뒤 페이지를 펴서, 지난달에 쓴 줄을 지우고 다시 썼다.

보류 연장.

이번 달도 똑같이 썼다. 3년째 똑같은 글씨로.

여자는 넉 달 만에 왔다. 알면서도 넉 달이 걸렸다.

나는 3년이 걸리고 있다.


다음 화 — 「6화: 같은 사람이 세 번 맡긴 지갑」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