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보관소」 3화 — 한 짝만 들어오는 장갑

2026-08-11 · 7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장갑은 반드시 한 짝만 들어온다.

이건 미스터리가 아니라 통계다. 두 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 주머니에서 하나가 빠지거나, 벗어서 어딘가 놓고 한쪽만 챙긴다. 그래서 보관대 장갑 칸은 늘 짝이 안 맞는 것들로 차 있다.

그런데 같은 장갑의 같은 쪽이 계속 들어오는 건 얘기가 다르다.

11월 4일, 회색 니트 장갑 오른손. 11월 19일, 회색 니트 장갑 오른손. 12월 2일, 또 오른손.

세 짝이 전부 똑같았다. 같은 회색, 같은 손목 골지, 엄지 안쪽이 같은 방식으로 닳아 있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장갑을 세 번 사서 세 번 다 오른쪽만 잃어버린 것이다.

습득 장소가 다르다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 11월 4일 — 3호선 경복궁역
  • 11월 19일 — 6호선 합정역
  • 12월 2일 — 2호선 신촌역

노선이 다 달랐다. 우리 보관소는 이 일대 여러 역의 습득물을 모아 받는다. 그러니 접수는 여기로 되지만, 잃어버린 자리는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같은 사람이 매번 다른 역에서, 매번 오른손만.

왼손은 어디 있는가

나는 장갑 세 짝을 창구에 늘어놓고 봤다.

오른손, 오른손, 오른손.

왼손은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다.

이게 핵심이었다. 장갑을 흘려서 잃어버리는 거라면 왼쪽도 언젠가는 빠져야 한다. 확률상 반반이니까. 세 번 연속 오른쪽만 나올 확률은 8분의 1이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럴듯하지도 않다.

가능성을 적어봤다.

하나. 오른손만 벗는 습관이 있다. 이건 말이 된다. 휴대폰을 만지거나, 카드를 찍거나, 지갑을 열 때 사람은 대개 주로 쓰는 손의 장갑을 벗는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쪽이다. 벗은 장갑을 주머니에 대충 넣으면 그게 빠진다.

그럴듯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매번 새로 사는가.

한 짝을 잃어버린 사람은 보통 나머지 한 짝도 버린다. 짝이 없으면 못 쓰니까. 그리고 같은 걸 또 사지도 않는다. 잃어버린 장갑을 다시 사는 사람은 그 장갑을 정말 좋아하거나, 다른 이유가 있다.

둘. 여러 사람이 같은 장갑을 쓴다. 커플이나 가족이 같은 걸 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엄지 닳은 자리가 세 짝 다 똑같았다. 사람마다 손 쓰는 버릇이 달라서 닳는 자리도 다르다.

셋. 세 번째 가능성이 떠올랐을 때 나는 장갑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일부러 두고 간다.

두 번째 우산

이 생각이 든 건 순전히 김승호 씨 때문이었다.

지난여름, 매주 목요일마다 우산을 두고 가던 사람. 그 사람은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라고 벤치에 우산을 놓았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매번 자기가 되찾아 갔지만.

장갑도 같은 걸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산과 장갑은 다르다. 우산은 한 자루면 쓸 수 있지만, 장갑은 한 짝으론 아무 쓸모가 없다. 남 주려고 두고 가는 거라면 두 짝을 함께 두지, 오른쪽만 흘리고 다닐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이건 남을 위한 게 아니다.

12월 20일

네 번째 장갑이 들어온 날, 나는 접수 대장에 손을 멈췄다.

왼손이었다.

회색 니트, 손목 골지, 그런데 이번엔 왼손. 습득 장소는 5호선 광화문역.

나는 보관대에서 오른손 세 짝을 꺼내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 왼손을 그 옆에 놓았다.

엄지 안쪽 닳은 자리가 없었다.

새것이었다. 한 번도 안 낀 장갑.

짝을 맞춰보다

그때 알았다.

오른손 세 짝은 전부 낡아 있었다. 닳은 자리가 있고, 보풀이 있고, 손목이 늘어나 있었다. 오래 낀 장갑이다.

왼손은 새것이다.

한 사람이 같은 장갑을 세 번 산 게 아니었다. 한 켤레를 오래 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오른손만 낀다. 왼손 장갑은 낄 일이 없으니 새것 그대로 남는다.

왼손을 쓰지 않는 사람.

창구에서

12월 27일, 한 여자가 왔다.

"장갑이요. 회색."

육십 대쯤이었다. 코트 왼쪽 소매가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보관대에서 네 짝을 전부 꺼내 왔다.

"이 중에 있으신가요."

여자가 오른손 세 짝을 하나씩 만져봤다. 그러다 두 번째 것을 집었다.

"이거예요. 이게 제 거."

"…어떻게 아세요?"

"여기가 이렇게 뜯어져요." 여자가 엄지 안쪽을 보여줬다. "지팡이 잡는 자리라."

나는 대장을 폈다.

"세 짝 다 비슷하게 닳았는데요."

"다 제 거니까요."

여자가 웃었다.

"세 번 잃어버렸어요. 창피해서 매번 그냥 새로 샀는데, 그러다 보니까 왼쪽만 자꾸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왼쪽도 버릴 겸 지하철에 놓고 왔어요."

버리려던 것

"버리려고 두고 오셨다고요?"

"쓰레기통에 버리긴 아깝고, 누가 가져가면 좋겠다 싶어서요."

"…왼손만 있는 장갑은 아무도 안 가져가요."

여자가 잠깐 멈췄다.

"그런가요."

"오른손 잃어버린 사람이 마침 지나가면 몰라도요."

여자는 왼손 장갑을 한참 봤다. 새것이라 아직 접힌 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이거는 그냥 두고 갈게요. 어차피 저는 못 껴요."

"…"

"그런데 아가씨."

"네."

"오른쪽 세 개는요, 제가 다 가져가도 되나요?"

세 짝

나는 대장을 봤다.

세 짝 다 접수된 지 6개월이 안 됐고, 세 짝 다 이 사람 물건이 맞다. 절차상 문제될 게 없었다.

"신분증만 확인하면 돼요."

여자가 오른손 세 짝을 가방에 넣었다. 낡은 것 세 개.

"왜 세 개 다 가져가세요? 하나면 되잖아요."

"돌려 껴야죠." 여자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빨아야 하잖아요. 하나만 있으면 빨래하는 날은 손이 시려요."

나는 웃었다. 3년 만에 창구에서 소리 내어 웃은 것 같았다.

여자가 나가고 나서, 나는 왼손 장갑 한 짝을 보관대에 다시 넣었다.

접수 대장에는 이렇게 적었다.

회색 니트 장갑 왼손 1점. 주인 확인됨, 소유권 포기.

그리고 그 아래에 조그맣게 덧붙였다.

오른손 잃어버린 사람 오면 줄 것.

1월

한 달쯤 지나 오른손 한 짝을 잃어버린 남자가 왔다. 검은 가죽 장갑이라 짝이 안 맞았지만, 내가 회색 니트 왼손을 보여주니 잠깐 보다가 말했다.

"색이 안 맞는데요."

"그렇죠."

"…근데 왼손이 시리긴 해요."

그는 그걸 끼고 갔다. 오른손은 검은 가죽, 왼손은 회색 니트.

보관대 장갑 칸이 그날 처음으로 한 칸 비었다.


다음 화 — 「4화: 매달 첫째 주에 들어오는 도시락통」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