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보관소」 2화 — 매일 같은 페이지에서 멈춰 있는 책

2026-08-10 · 7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읽기


분실물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법으로는 6개월. 그동안 주인이 안 나타나면 처분한다. 우산은 대개 한 달을 못 넘기고 폐기함으로 간다. 지갑은 거의 다 찾아간다. 잃어버린 사람이 잃어버린 걸 아는 물건과, 모르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은 후자다.

보관대 맨 아래 칸에 반년 가까이 놓여 있는 책이 한 권 있었다. 접수일 2월 3일. 습득 장소는 2호선 열차 안. 표지가 바랜 문고본이고, 제목은 『해협』. 처음 듣는 작가였다.

책은 232쪽에서 펼쳐진 채로 들어왔다. 종이 책갈피가 거기 꽂혀 있었다.

이 책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챈 건 6월이었다.

책갈피가 움직인다

그날 나는 보관대를 정리하다가 『해협』을 꺼냈다. 처분 예정 목록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책갈피가 117쪽에 있었다.

처음엔 내가 잘못 기억한 줄 알았다. 반년 전 일이고, 나는 하루에 물건을 수십 개씩 만진다. 232쪽이라고 확신할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접수 대장에 내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책갈피 232p.

물건을 받을 때 상태를 적어두는 건 규정이다. 나중에 "내가 맡길 땐 이러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면 곤란하니까.

그러니까 책갈피는 뒤로 갔다. 232쪽에서 117쪽으로.

확인해 본 것들

나는 그날부터 매일 퇴근 전에 그 책을 폈다.

  • 6월 12일 — 117쪽
  • 6월 13일 — 117쪽
  • 6월 14일 — 143쪽
  • 6월 15일 — 143쪽
  • 6월 16일 — 168쪽

이틀에 한 번꼴로 20~30쪽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6월 24일에 다시 89쪽으로 뚝 떨어졌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보관소 안에서.

세 가지 가능성

하나. 직원 중 누가 읽는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나 말고 둘이다. 오전 담당 박 주임님과, 주말에만 나오는 아르바이트생. 물어보면 될 일이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물어봐서 "아니요"라는 답이 나오면 그다음이 없어지니까.

대신 관찰했다. 박 주임님은 근무 중에 휴대폰만 본다. 종이책을 읽는 걸 3년간 한 번도 못 봤다. 아르바이트생은 주말에만 나오는데, 책갈피는 평일에도 움직였다.

둘. 밤에 누가 들어온다.

보관소는 셔터를 내리고 잠근다. 역무실을 통해야 들어올 수 있고, CCTV도 있다. 이건 확인이 쉬운 쪽이라 나중으로 미뤘다.

셋. 낮에 누가 읽고 간다.

보관소는 창구와 보관대가 유리로 나뉘어 있다. 직원이 아니면 보관대에 손이 닿지 않는다. 다만 내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있다. 점심시간, 그리고 물건을 찾으러 안쪽 창고에 들어갈 때.

6월 27일, 목요일

그날 나는 일부러 책을 창구 쪽 선반에 올려두었다. 보관대가 아니라, 유리 너머로 손이 닿는 자리에.

그리고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척하고 옆방에서 문틈으로 봤다.

열두 시 사십 분. 한 여자가 들어왔다.

교복이었다. 고등학생. 가방을 멘 채로 창구 앞에 서더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선반 위의 책을 집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읽기 시작했다.

십오 분쯤 읽다가, 책갈피를 끼우고 원래 자리에 정확히 내려놓고 나갔다.

왜 가져가지 않는가

이해가 안 되는 건 그 부분이었다.

읽고 싶으면 가져가면 된다. 분실물 보관소에서 책 한 권 없어졌다고 경찰이 오지 않는다. 6개월 지나면 어차피 폐기다. 매일 여기까지 와서 서서 십오 분씩 읽고 다시 두고 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책갈피가 뒤로 간 것도 설명이 안 됐다. 232쪽에서 117쪽으로, 168쪽에서 89쪽으로. 읽던 사람이 앞으로 돌아간다는 건 다시 읽는다는 뜻인데, 그렇게 여러 번 되돌아갈 만큼 어려운 책인가 싶었다.

나는 그날 밤 『해협』을 처음부터 읽어봤다.

어렵지 않았다. 오래전 어느 섬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야기였다. 문장이 느리고 사건이 적었지만, 못 읽을 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89쪽에서 나는 멈췄다.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밑줄

나는 책을 처음부터 다시 넘겼다. 밑줄은 여러 군데 있었다. 아주 흐리게, 연필로.

117쪽에도. 143쪽에도. 168쪽에도. 232쪽에도.

책갈피가 멈춰 있던 자리마다 밑줄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읽고 있던 게 아니라 찾고 있었다. 밑줄 친 문장을.

그리고 뒤로 돌아간 건, 이미 지나온 밑줄을 다시 보러 간 것이었다.

232쪽의 밑줄은 이랬다.

기다린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일이다.

다음 날

다음 날 열두 시 사십 분, 그 애가 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애가 멈칫하는 게 보였다.

"그 책, 찾으러 오신 거예요?"

"…아니요."

"그럼 왜 매일 오세요?"

그 애는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게 말했다.

"아빠 책이에요."

"…"

"2월에 잃어버리셨어요. 지하철에서."

나는 접수 대장을 다시 봤다. 2월 3일 접수. 그리고 그 밑에 아무 기록도 없었다. 반년 동안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찾아가시면 되잖아요. 신분증만 있으면 유족도 되는데요."

내가 그렇게 말한 건, 그 애가 유족이라는 걸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찾으러 왔으면 찾아갔을 것이다. 안 찾아간다는 건 못 찾아가는 사정이 있다는 뜻이고, 열여덟 살짜리에게 그런 사정은 대개 하나다.

"집에 가져가면요." 그 애가 말했다. "엄마가 버릴 거예요."

"…"

"아빠 물건 다 버렸어요. 3월에. 저 학교 간 사이에요."

그 애는 책을 보지 않고 창구 유리를 봤다.

"여기 있으면 안 버려지잖아요. 그래서 그냥… 여기서 읽어요."

6개월

나는 대장을 덮었다.

"이 책, 8월 3일에 처분 예정이에요."

그 애의 얼굴이 굳었다.

"6개월 지나면 규정상 폐기하거든요."

"…"

"그런데요."

나는 볼펜을 들었다.

"처분 전에 직원이 상태 확인을 해요. 훼손이 심하면 폐기하고, 아니면 보류할 수 있어요. 보류하면 6개월 더 갑니다."

"…보류가 되나요?"

"이 책, 밑줄이 많던데요." 나는 대장에 적었다. 상태 확인 필요 — 필기 흔적 다수, 보류. "필기가 있는 책은 판단이 애매해서요. 좀 더 두고 봐야겠어요."

그 애가 나를 봤다.

"그리고 여기 읽는 자리는 창구 앞 말고 저쪽 의자예요. 서서 읽으면 목 아파요."

8월

그 애는 지금도 온다. 이제는 의자에 앉아서 읽는다.

지난주에는 책갈피가 다시 1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는 대장에 오늘 날짜를 적고, 그 아래에 조그맣게 덧붙였다.

2월 3일 접수분 — 계속 보류.

언젠가는 그 애가 이 책을 가져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엄마가 버리지 않을 만큼 시간이 지나거나, 그 애가 자기 방을 갖게 되거나.

그때까지는 여기 있으면 된다.

분실물 보관소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물건을 대신 기다려주는 곳.


다음 화 — 「3화: 한 짝만 들어오는 장갑」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분실물 처리 규정은 기관마다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