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 7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매주 한 편씩 이어집니다.
분실물 보관소에 오는 사람은 두 종류다.
잃어버린 걸 찾으러 오는 사람과, 잃어버린 걸 찾지 못할 걸 알면서도 오는 사람. 3년쯤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의 표정만으로 구분이 된다. 앞쪽은 눈이 바쁘고, 뒤쪽은 발이 느리다.
김승호 씨는 세 번째 종류였다.
"저기, 우산이요."
목요일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그는 늘 그 시각에 왔다. 회색 정장에 넥타이를 반쯤 풀어 놓고, 왼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그리고 늘 우산을 찾았다.
"몇 호선에서 잃어버리셨어요?"
"4호선이요. 아마…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나는 대장을 폈다. 오늘 접수된 우산은 열한 개. 목요일치고는 적은 편이다. 비 오는 날이면 서른 개도 들어온다.
"어떤 우산이었죠?"
"검은색 장우산이요. 손잡이가 나무로 된."
나는 보관대 세 번째 칸에서 검은 장우산을 꺼냈다. 손잡이는 나무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갔다.
문제는 이게 일곱 번째라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덜렁대는 사람인 줄 알았다. 우산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많다. 통계적으로 분실물 1위가 우산이고, 2위가 한참 떨어져서 지갑이다. 우산은 손에 들고 있다는 감각이 약해서, 어딘가 기대 놓는 순간 존재가 지워진다.
그런데 김승호 씨는 목요일에만 잃어버렸다.
나는 대장을 뒤로 넘겨 봤다. 5월 8일 목요일. 5월 15일 목요일. 5월 22일. 6월 5일. 6월 12일. 6월 26일. 그리고 오늘, 7월 3일.
일곱 번 다 목요일. 일곱 번 다 검은 장우산. 일곱 번 다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빠진 목요일이 두 번 있었다. 5월 29일과 6월 19일. 그 주에는 오지 않았다.
"저기요."
돌아서던 그가 멈췄다.
"왜 항상 목요일이세요?"
그는 잠시 나를 봤다. 표정이 굳었다기보다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르는 얼굴이었다.
"…그러게요."
그러고는 나갔다.
그날 밤 마감을 하면서 나는 계속 그 생각을 했다.
같은 요일, 같은 물건, 같은 시각. 세 개가 겹치면 우연이 아니다. 우연은 그렇게 성실하지 않다.
가능성을 적어 봤다.
하나. 목요일에만 우산을 들고 나온다. 그런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우산은 비가 올 것 같을 때 들고 나오지, 요일에 맞춰 들고 나오지 않는다. 6월 12일 목요일은 종일 맑았다. 나는 그날 창밖을 봤으니 안다.
둘. 목요일에만 우산을 놓고 내리는 장소에 간다. 이건 그럴듯하다. 술을 마신다거나, 어딘가 들렀다가 정신없이 나온다거나. 그런데 그는 늘 멀쩡했다. 술 냄새가 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셋. 우산을 일부러 두고 온다.
세 번째에 이르렀을 때 나는 볼펜을 내려놓았다.
일부러라면, 왜.
그리고 왜 다시 찾으러 오는가. 버리려는 거라면 찾으러 올 이유가 없다. 아까워서 찾으러 오는 거라면 애초에 두고 오지 말았어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매주 하는 사람은 없다. 안 맞아 보인다면 내가 못 본 조각이 있는 것이다.
다음 날 나는 대장을 다시 펼쳤다. 이번엔 그가 오지 않은 날을 봤다.
5월 29일과 6월 19일.
달력을 꺼냈다. 5월 29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공휴일. 6월 19일은 평일이다. 목요일이고, 공휴일이 아니다.
그럼 이 날은 왜 안 왔을까.
나는 그날 접수 대장을 훑었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낯익은 이름을 봤다.
6월 19일, 우산 접수 — 김승호.
그는 왔었다. 우산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우산을 주워서 맡기러 왔던 것이다.
접수란에 적힌 습득 장소를 봤다. 4호선 승강장 벤치.
그 다음 목요일, 일곱 시 십오 분에 그가 왔다.
"우산이요."
나는 우산을 꺼내지 않았다.
"김승호 씨."
그가 눈을 들었다. 내가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6월 19일에도 오셨죠. 우산 맡기러."
그의 손이 서류가방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4호선 승강장 벤치에서 주우셨고요. 그날은 찾아가는 대신 맡기고 가셨어요."
"…그게 왜요."
"그날은 우산을 안 잃어버리셨더라고요."
침묵이 길었다. 창구 유리 너머로 그가 숨을 한 번 쉬는 게 보였다.
"목요일마다 4호선 승강장 벤치에 우산을 두고 가시는 거죠. 누가 가져가라고."
"…"
"그런데 6월 19일엔 그 우산이 그대로 있었어요. 아무도 안 가져갔으니까. 그래서 직접 여기 맡기신 거고요. 그냥 두면 청소반이 버릴 테니까."
그는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 오는 날에만 두면 되잖아요, 그럼 누구든 가져갈 텐데." 내가 말했다. "왜 맑은 날에도 두세요?"
"비 오는 날은…" 그가 처음으로 말을 이었다. "비 오는 날은 다들 우산이 있잖아요."
"어머니가 4호선으로 통원하셨어요. 목요일마다."
그는 창구 옆 벽을 보며 말했다. 나를 보지 않았다.
"항상 그 벤치에서 기다리셨거든요. 제가 회사 끝나고 모시러 갔는데, 몇 번은 늦었어요.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
"그러다 어느 날은 아예 못 갔어요. 그날도 비가 왔고요."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작년 가을에 돌아가셨어요."
나는 대장을 덮었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침에 우산을 두고 가요. 누구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고. 맑은 날에 두는 건, 갑자기 비 올 때 우산 없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 벤치에서 누가 기다리다가 비를 맞는 게 싫어서."
"그런데 왜 저녁에 찾으러 오세요?"
그가 처음으로 나를 봤다.
"안 가져갔으면 다시 가져가야죠. 그 자리에 계속 쌓아둘 순 없잖아요."
일곱 번의 목요일 중에, 우산이 사라진 날은 없었다. 그는 매번 자기가 두고 온 우산을 자기가 다시 찾아갔다. 여기 분실물 보관소로 들어온 우산은 전부 역무원이 그 벤치에서 수거해 온 것이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일곱 번 다.
"이번 주에도 안 가져갔던데요." 그가 쓸쓸하게 웃었다.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우산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아뇨. 잘못하신 거 하나 있어요."
"네?"
"벤치에 그냥 두면 아무도 안 가져가요. 남의 물건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두고 간 우산인지 잠깐 자리 비운 사람 우산인지 모르잖아요."
그가 우산을 받아 들었다.
"메모를 붙이세요.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하고."
그는 우산 손잡이를 한참 봤다.
"…그러면 되나요?"
"안 되면 다음 목요일에 또 오세요. 여기 있을게요."
그가 나가고 나서, 나는 대장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7월 10일 목요일, 우산 반환 완료.
그리고 그 아래에 조그맣게 덧붙였다.
다음 주 확인할 것.
다음 화 — 「2화: 매일 같은 페이지에서 멈춰 있는 책」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