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9화 — 사실 확인 요청서

2026-08-29 · 3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등기는 10월 둘째 주에 왔다.

출판사 봉투. 안에 표지 한 장과 원고 넉 장.

회고록 중 선생님이 언급된 부분을 보내드립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10월 31일까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기한 내 회신이 없으면 게재 내용에 동의하신 것으로 간주됩니다.

내가 아는 양식이다. 나도 이 문장을 쓴다.

원고

넉 장을 읽는 데 사십 분이 걸렸다. 넉 장에 사십 분.

이런 대목이 있었다.

2001년 겨울에 그가 왔다. 스물아홉이었고, 면접 자리에서 내 첫 산문집의 오탈자 세 개를 짚었다. 나는 그날 그를 뽑았다.

그 뒤로 스무 해 동안 그는 내 원고를 만졌다. 내 문장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초고가 거칠게 나온 날에는 그가 밤을 새웠고, 나는 그를 믿고 마감을 넘겼다. 『겨울 우물』 교정지는 그가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그 책이 나오고 사람들은 내가 처음으로 진실해졌다고 했다.

2021년 가을, 시상식이 있고 두 주 뒤에 그는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스무 해를 같이 지낸 사람에게는 물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는 회의 때마다 커피를 달고 살았다.

사십 분

원고를 만졌다.

내가 한 말이다. 지난달에 그 작가 앞에서, 녹음기를 켜놓고, 내 입으로 했다.

그 말이 이제 그 사람의 기억이 되어 돌아와 있었다. 인용 표시도 없이, 그 사람의 문장으로.

틀린 데를 찾으려고 세 번 읽었다.

오탈자 세 개. 사실이다. 밤을 새웠다. 사실이다. 교정지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사실이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것도 사실이다. 그 사람은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 문장만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판정할 수 없다. 그건 그 사람 속의 일이다. 묻지 않은 이유가 예의였는지, 알고 있어서였는지는 어느 서류에도 없다.

답장 초안

첫 번째 초안.

사실과 다른 부분을 알려드립니다. 『겨울 우물』은

거기까지 쓰고 지웠다.

두 번째 초안.

"이유는 묻지 않았다"에 대하여. 묻지 않으신 게 아니라

거기까지 쓰고 지웠다.

세 번째 초안은 시작하지 못했다.

내 기록

나는 내 메일함을 열었다. 2021년 10월 11일에 내가 보낸 메일이 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두 문장. 이유가 없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고 그 사람은 썼고, 이유를 말하지 않은 건 나였다. 내 기록이 그 사람의 문장을 지지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놓았다.

의뢰인들이 왜 매번 지는지 알 것 같았다. 서류는 남긴 사람 편이 아니라 남은 것 편이다.

10월 31일

마감 전날까지 봉투는 책상 위에 있었다.

나는 답장을 썼다.

확인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 한 곳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보리차를 마십니다.

그 밖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습니다.

서명하고, 봉투에 넣고, 붙였다.

우체국은 여섯 시에 닫는다. 다섯 시 반에 부쳤다.


다음 화 — 「10화: 나쁘게 써 달라는 의뢰인」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