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 6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이 건에서 나는 틀린 게 없다.
먼저 말해두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그래서 이상하기 때문이다.
여든하나.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다.
대개 의뢰인들은 뭔가를 들고 온다. 사진, 수첩, 상장, 편지. 이분은 빈손이었다.
"가진 서류가 없어요."
자리에 앉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게 문제였지요, 처음부터."
경남 어느 면의 신용협동조합. 스물아홉 살 경리 서기.
그해 봄 시재 검사에서 현금이 비었다. 이백십만 원. 당시 그 동네 집 반 채 값이었다.
금고를 열 수 있는 사람은 둘이었다. 경리 서기와 전무.
경찰이 왔고, 조사를 받았고,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끝났다. 그리고 그게 더 나빴다. 재판이 있었으면 무죄라도 받았을 텐데, 무혐의는 아무것도 정리해주지 않았다.
사표를 종용받았고, 냈다. 동네가 좁았다. 애들이 학교에서 들었다. 사십오 년.
"죽기 전에 애들한테 문서로 주고 싶어요. 엄마는 아니었다는 걸."
"…"
"말로는 사십오 년을 했는데, 말은 안 남더라고요."
조합은 1998년에 농협으로 합병되면서 없어졌다.
회계장부는 보존연한이 지나 폐기됐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였다.
그런데 감사 서류는 다른 데 있었다. 감사는 상급 기관이 하고, 보고서는 그쪽 문서고로 간다. 나는 지부 세 곳에 공문을 넣고 한 달을 기다렸다.
1982년 정기감사 보고서가 나왔다.
부록 세 번째 장에 한 줄이 있었다.
전년도 시재 부족액(2,100,000원)은 1981.11. 변제 완료되어 손실 처리하지 아니함.
그리고 변제 영수증 사본이 붙어 있었다. 변제인 성명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
전무였다.
여기서 나는 조심했다.
책임자가 부족액을 메우는 일은 있다. 자기가 가져가지 않았어도, 관리 책임으로 메울 수 있다. 변제 기록은 그가 가져갔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러니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뿐이었다.
부족액은 이듬해 변제되었고, 변제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다.
금고 개폐 권한자는 두 사람이었다.
이 두 문장은 서류로 증명된다. 그 이상은 증명되지 않는다. 나는 그 이상을 쓰지 않기로 했다.
전무는 그 뒤로 그 지역에서 잘 살았다. 군의원을 지냈고, 장학회를 만들었고, 2009년에 죽었다. 면 도서관에 그 사람 이름이 붙은 열람실이 있다.
그녀에게 보고서를 보여드렸을 때, 그녀는 변제인 성명 자리를 오래 봤다.
"…그 사람 사정도 있었겠지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름은 빼 줘요. 그 집 아들이 아직 면에 살아요."
"이름을 빼도, 읽는 사람은 압니다. 권한자가 두 사람이었다고 쓰면, 나머지 한 사람이 누군지 그 동네는 다 압니다."
"알아도 돼요."
그녀가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봤다.
"아는 게 사실이니까."
책은 백이십 부를 찍었다. 자녀들, 손주들, 그리고 그녀가 보내고 싶다는 면내 사람들.
문제의 장은 세 쪽이었다. 나는 감사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고, 이름은 지웠고, 권한자가 두 사람이었다는 사실만 남겼다. 어떤 형용사도 쓰지 않았다. 사십오 년 만에 처음으로 문서가 그녀 편에 섰다.
두 주 뒤에 남자가 찾아왔다.
예순쯤이었다. 책을 들고 있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여기 이름이 없지요."
그가 책을 내 책상에 놓았다.
"그런데 우리 면에서 이 책을 읽고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권한자가 두 사람이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압니다. 그래서 온 겁니다."
그가 잠깐 말을 골랐다.
"사실이 아니면 따질 수가 있는데, 사실이라서 따질 데가 없어서요."
"…"
"변제를 왜 하셨는지는 안 나옵니까."
"기록에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그가 책 표지를 손바닥으로 한 번 쓸었다.
"아버지는 이제 왜 갚았는지 말할 수 없는 사람인데요."
나는 그에게 감사 보고서 원문을 보여줬다. 그는 오래 읽었다.
"혹시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 이 일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한 번요."
"…"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그 아주머니 얘기를 하셨어요. 잘 사는지 모르겠다고."
"뭐라고 하셨어요?"
"그것만요. 잘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 한 문장은 어느 쪽으로도 읽힌다. 미안한 사람의 말로도, 안쓰러운 사람의 말로도. 나는 그걸 그에게 말하지 않았고, 그도 나에게 묻지 않았다.
일어서면서 그가 말했다.
"선생님은 틀린 걸 쓰신 게 없습니다."
"…"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그는 책을 가져가지 않았다.
"두고 가겠습니다. 우리 집엔 둘 데가 없어서요."
사흘 뒤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애들이 읽었어요."
목소리가 밝았다.
"큰애가 책을 붙들고 한참 울었어요. 지 엄마가 아니었다는 걸 문서로 처음 본 거지요."
"…네."
"사십오 년 만에 발 뻗고 잤어요. 고마워요, 작가님."
그것도 전부 사실이다.
그 책은 아직 내 책상에 있다.
한 부는 사십오 년 묵은 잠을 재웠고, 같은 판에서 나온 다른 한 부는 갈 데가 없어 여기 있다.
같은 문장들이다.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다음 화 — 「9화: 사실 확인 요청서」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