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6화 — 같은 사람을 두 번 쓰다

2026-08-26 · 7분 읽기

※ 이 글은 창작 소설입니다.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같은 사람을 두 번 쓰는 일은 없다.

자서전은 한 번 쓰면 끝이다. 인생이 두 번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7년 만에 다시 온 사람이 있었다.

개정판

일흔셋. 2019년에 내가 쓴 책의 의뢰인이다.

기억이 났다. 지방에서 병원을 하다가 접은 사람. 아들 둘, 딸 하나. 그때 책은 삼백 부 찍어서 지인들에게 돌렸다.

"개정판을 내고 싶습니다."

"…어느 부분을요?"

"한 챕터만 고치면 됩니다."

그 챕터

그가 책을 펴서 보여줬다. 내가 쓴 책이다. 7년 전 내 문장들.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4장. 병원을 접던 시기.

원문은 이랬다.

나는 2011년에 병원을 정리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내가 아팠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정작 옆 사람은 못 살피고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 부분을 어떻게 고칠까요?"

"사실대로요."

사실

"2011년에 병원 접은 건 아내 때문이 아닙니다."

"…"

"의료사고가 있었어요."

나는 볼펜을 멈췄다.

"7년 전에는 말씀 안 하셨는데요."

"안 했죠."

그가 책을 덮었다.

"그때는 못 하겠더라고요."

7년 전

7년 전 인터뷰를 기억한다.

나는 그때 병원을 접은 이유를 물었고, 그는 아내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아팠고, 간병을 했고, 2년 뒤에 아내가 죽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이유가 없었다. 아내의 병은 진단서가 있었고, 사망 사실도 있었다.

전부 사실이었다.

병원을 접은 것도 사실이고, 아내가 아팠던 것도 사실이고, 그 시기가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내가 아팠다 — 이 한 줄만 내가 넣었다.

내가 넣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그렇게 말했고 내가 받아 적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는 내 단어였다.

그는 "아내가 아팠어요"라고 했고, 나는 그 앞에 무엇보다를 붙였다. 문장이 밋밋해서 무게를 실은 것이다.

대필에서 늘 하는 일이다. 사람은 말할 때 접속사를 안 쓴다. 그걸 글로 옮기면 문장이 튀니까 내가 이어준다.

그 세 글자가 이유의 순위를 정했다.

의료사고

"어떤 사고였습니까."

"환자가 죽었습니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제 판단 착오였어요. 소송은 안 갔습니다. 합의했고요."

"…"

"그러고 나서 일 년쯤 더 하다가, 못 하겠더라고요. 손이 떨려서요."

"…"

"그 뒤에 집사람이 아팠고요. 순서가 그렇습니다."

순서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다.

내 책에서는 아내가 아파서 병원을 접었다. 실제로는 병원을 접고 나서 아내가 아팠다.

7년 전에 나는 연도를 확인했을까.

기억이 안 났다. 그래서 그때 자료를 찾아봤다. 나는 작업 자료를 5년 보관한다. 7년 전 건은 이미 폐기했다.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왜 이제 와서

"왜 지금 고치려고 하십니까."

그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손주가 읽었어요."

"…"

"중학생인데, 그 책을 읽고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서 병원을 그만두신 거냐고."

"…"

"제가 그렇다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삼백 부

문제가 하나 있었다.

"회장님, 그 책이 이미 삼백 부 나갔습니다."

"압니다."

"개정판을 내도 원래 책은 그대로 있습니다. 회수가 안 됩니다."

"…"

"그럼 두 버전이 남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요."

그는 그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는 사실이어야죠."

나는 이걸 어떻게 봤나

여기서 나는 이번 건이 앞의 다섯 건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앞의 건들에서 나는 의뢰인의 말과 자료 사이에서 판단했다. 뭘 쓰고 뭘 뺄지를 내가 정했다.

이번엔 판단할 게 없다. 의뢰인이 스스로 고치겠다고 왔다.

그런데 고쳐야 할 문장을 쓴 사람이 나다.

내 책임인가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대로 썼다. 아내가 아팠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한 건 무엇보다를 붙인 것뿐이다.

그런데 그 세 글자가 손주에게 할아버지를 만들었다. 7년 동안.

2화에서 나는 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있는 걸 안 씀으로써 없는 걸 만드는 것이라고.

이번엔 반대다. 없는 걸 안 쓰고도 있는 걸 만들었다. 있는 사실들의 순서만 바꿔서.

고쳤다

개정판 4장은 이렇게 썼다.

나는 2011년에 병원을 정리했다. 그 전해에 내 판단 착오로 환자를 잃었다. 유족과 합의했고 소송으로 가지는 않았다. 일 년을 더 버텼지만 손이 떨려 수술을 할 수 없었다. 병원을 접고 이듬해에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아내 곁에 있었다. 순서는 그러했다.

마지막 문장은 그가 직접 넣어달라고 한 것이다.

순서는 그러했다.

초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초판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놔두죠."

"…"

"없앨 수도 없고요."

그가 웃었다.

"그리고 그것도 제가 한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나온 거죠."

"…제가 쓴 겁니다."

"작가님이 지어내신 건 없잖습니까."

그가 한 말

"작가님."

"네."

"7년 전에 저한테 더 물어보셨으면 제가 말했을까요?"

나는 대답을 생각해봤다.

"…아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가 책 두 권을 가방에 넣었다. 초판과 개정판 원고.

"그러니까 작가님 잘못은 아닙니다."

"…"

"그런데 작가님 일이긴 하죠."

잘못과 일

집에 와서 나는 그 말을 계속 생각했다.

잘못은 아니지만 내 일이긴 하다.

이게 이 직업의 전부인 것 같았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어내지도 않는다. 그런데 내가 고른 단어가 사람의 인생을 다르게 만든다.

무엇보다 하나로 7년이 갔다.

12월

캐비닛을 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원고를 꺼냈다.

첫 장에 한 문단이 있다. 3년 전에 쓴 것이다.

읽어보니 거짓말은 하나도 없었다. 전부 사실이다.

그런데 순서가 내 순서였다.

그 사람이 쓰면 다른 순서가 될 것이다. 그것도 전부 사실일 것이다.

12월에 나올 책에서 나는 그 사람의 순서 안에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원고를 책상에 놓았다.

7년 전 의뢰인은 자기 책을 고치러 왔다. 잘못은 아니지만 자기 일이니까.

내 원고는 아직 첫 장이다.

고칠 것도 없다. 쓰지를 않았으니까.

안 쓰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내 일이긴 하다.

두 달 반 남았다.


다음 화 — 「7화: 대필 작가를 대필하다」

이 소설은 창작이며, 등장하는 인물·장소·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